사회/사건

위기 속에서, 독일인들은 자본론과 동독을 회상하다

planet2 2008. 11. 2. 22:35
레닌에게 안녕을 고했던 독일에서 (Good Bye Lenin!) 사회주의는 사라지지 않고 위기를 맞아 오히려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원문 : In Crisis, Germans Remember Das Kapital and GDR - MR ZINE 20/10/08


위기 속에서, 독일인들은 자본과 동독을 회상하다
by Victor Grossman

네, 대규모 경제위기는 독일도 강타하고 있습니다. 고위 정치가들의 긴급 미팅들, 그리고 기독민주당과 사회민주당 연립정부가 은행을 살리기 위해 5000억 유로의 자금을 투입 하기로 결정한 것이 그 증거이죠.

또 다른 증거의 조각 : 칼 마르크스의 유명한 저작인 자본(Das Kapital)이 예년에 비해 더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자본의 주 출판사는 2008년에 이미 1500부를 판매했습니다. 과거에는 기껏해야 연간 500부가 판매됐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설명과 해결책을 갈구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출판사측에선 그 책이 초심자에겐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세 번째 증거의 조각 : 동부 독일 아이제나흐 지역의 오펠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은 지금 매 2주마다 단 4일 동안 일합니다. 오펠은 GM이 소유하고 있는데 우리가 듣기로는 둘 다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많은 아이제나흐 노동자들이 이 유명하고 거대한 기업에서 일할 기회를 갖게 되어 – 그리고 그들의 차를 살 수 있게 되어 – 기뻐하던 19년 전을 저는 여전히 기억합니다.

좀 더 이상한 증거의 조각 : 주류 잡지사에서 실시한 동독 지역 여론 조사 결과 52 퍼센트가 자유 시장 경제에 대한 모든 신뢰를 상실했다고 답했으며 또한 43 퍼센트는 사회주의 경제로의 복귀를 지지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여성의 자본주의 부정 여론이 남성보다 더 높다]


기사에 실린 대다수의 인터뷰는 의견이 같았습니다. 46세의 동베를린 출신 노동자는 독일 민주공화국(동독, GDR)의 날들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학교에서 우리는 ‘자본주의의 공포’에 관해서 읽었었죠. 그들은 진정 옳았습니다. 칼 마르크스는 제대로 봤어요. … 장벽이 무너지기 전에 나는 괜찮게 살았습니다. 누구도 돈에 관해 걱정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돈은 정말로 중요하지 않았었거든요.”

은퇴한 대장장이의 말: “자유 시장은 잔혹해요. 자본주의자들은 더 많이 쥐어짜내길 원합니다. 더 많이, 더 많이, 더 많이…”

시 공무원의 첨언: “나는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적합한 체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부의 분배는 불공정합니다. 우리는 지금 그걸 보고 있어요. 나 같은 소시민들은 이 금융 위기에 더 많은 세금을 지출해야만 합니다. 탐욕스러운 은행가들 때문에 말이에요.”

또 다른 동부사람은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대체한 것에 대해 기쁘게 회상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부연합니다. “단 몇 주 만에 자유 시장 경제의 모든 것에 관해 깨달았습니다. … 그것은 과격한 유물론과 착취였어요. 인간은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물질적 만족을 얻지는 못했지만 공산주의는 여전히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이러한 정서는 투표함에서 분명히 나타납니다. 좌파당[Die Linke (The Left)] 이라고 불리는 젊은 정당은 거슬러 올라가보면 주로 동독의 예전 지배정당에 그 뿌리가 있는데, 많은 면이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이 당은 동부 독일의 다섯 주 가운데 네 개의 주에서 2위를 차지했고 동베를린에서는 가장 강력한 당입니다. 또한 현재의 여론조사에선 동독 전역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서독 지역의 좌익당과 결합한 이래 그곳에서도 느리지만 꾸준하게 성장 중입니다.




이 모든 일들은 독일 정치를 좌지우지했던 네 개의 정당들에겐 무척 달갑지 않은 불안한 징조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어떤 경우에도 자유 기업 자본주의 체제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위기이건 아니건 간에요.

거의 매일 저녁, 독일 TV 채널의 누군가는 동독 시절의 삶이 얼마나 끔찍했었는지에 관해 시청자들에게 설명합니다. 어떨 때는 몇 개의 채널이 경쟁하기도 하죠. 물론 슈타지의 테러와 베를린 장벽의 공포라는 두 가지 주제가 자주 언급되지만 얘깃거리는 다양합니다. 동독의 보육 센터는 얼마나 나빴는가, 운동선수들은 얼마나 고통 받았는가, 여행객들은 얼마나 통제 받았는가, 고관대작들은 얼마나 부패했던가, 음악은 얼마나 형편없었으며, 책과 공연, 영화는 얼마나 심하게 검열 받았던가. 이러한 계몽은 주로 역사적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제공되며 이따금 장편 드라마와 영화로 나오는데 그 중 몇몇 작품들은 매우 잘 만들어져서 우리를 흡족하게 합니다. 비슷한 메시지들이 세련된 비판의 형태로 별 관련 없어 보이는 짧은 뉴스 아이템에까지 삽입되어있지요.

몇몇 사실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정확합니다. 수많은 개인적 감상들은 명백히 진실합니다. 동독의 지난 40년은 관료주의, 교조주의, 탄압과 부정이 만연했어요. 하지만 그런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 혹은 – 점점 더 자주 - 잠시 보다 꺼버리게 될 때 세 가지 생각이 제게 떠올랐습니다.

그들은 때때로 과장된 공정함과 포용으로 -약간의 비아냥을 섞어- 시청자를 현혹하려 하지만 결국엔 동독 생활의 몇몇 요소들만을 수용합니다. 썩 훌륭한 메시지조차 이내 클리셰로 가득한 매우 음울한 그림으로 귀결되죠. 아주 평범했고 유쾌하기까지 했던 삶의 많은 국면들은 무시합니다. 그러나 제가 36년간 견습생, 학생, 노동자, 저널리스트로서 구석구석 방방곡곡을 누비며 공개적으로 그리고 매우 사적으로 온갖 계층의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함께 살면서 관찰했던 동독의 생활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비난과 혹평을 선호합니다. 나머지 것들은 희미하게 암시할 뿐이에요. 언론은 답할 기회를 거의 주지 않습니다.

1990년 이후 동독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 프로그램들이 저 비참한 동독 시절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우리에게 떠들어대는 빈도나 공격성이 감소하지 않는 이유는 미스터리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그들은 어째서 그토록 오랫동안 죽은 말을 걷어차기를 강요하는 걸까요?

앞에서 언급했던 여론조사는 그 무엇보다 명백한 답입니다. 진실로, 공식적으로는 재통일이라고 칭하지만 많은 이들이 “합병”이라고 부르는 1990년의 동독 소멸은 바나나와 키위에서부터 BMW와 대양 항해까지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거나 구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소비재를 가져 왔습니다. 세계 여행이 가능해졌고, 소매 거래가 팽창하고, 주택은 개조되고, 까페가 배 이상 불어나고, 네온 싸인에서 TV 광고에 이르기까지 광고와 도로 교통량은 거의 폭발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아마도 대략 3분의 1 가량의, 일정비율의 사람들은 전에 비해 잘 살았고 여전히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금융 경제위기들로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값비싼 대가를 지불했습니다. 동독의 공장들이 판매가치가 없다는 판정을 받거나 서독의 경쟁자들에게 헐값에 매각돼 이내 문을 닫은 1990년 이후 수백만의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실업률은 꾸준히 서독의 두 배 수준 (지금은 약 14퍼센트) 을 유지하고, 임금과 연금은 서독 수준에 비해 많게는 30% 이상 낮게 머물렀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몹시 느리지만 사정이 약간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발트해 연안의 몇몇 휴양지역과 일부 자동차, 전기 공장들이요. 그러나 다른 요인들은 더 나빠졌습니다. 의료 혜택은 갈수록 더 비싸지고 있습니다. 아동 의료와 교육 비용은 상승했거나 인상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세금은 부유층을 제외하고 인상되었습니다. 연금은 날이 갈수록 나빠져 지금은 67세가 되어야 지급됩니다. (동독에서는 남성은 65세 여성은 60세에 연금수령) 가장 나쁜 건, 안정이 축소되거나 사라진 겁니다. 동독에 공장을 개설한 유명하고 안정적인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조차도 언제 그들의 일을 잃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정확히 그녀의 50세 생일날에 직장을 잃었습니다. 이렇게 45세 혹은 50세 이후에 해고된 사람들은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가 극도로 어렵습니다. 그리고 실업수당을 지급한지 1년이 지나면 보장총액이 감소해 수령인들을 빈곤상태로 몰아갑니다. 아직 미국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노숙자들 역시 증가세입니다. 사람들이 고용은 안정되고 해고는 법으로 금지되었던 동독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에 놀랄 이유가 있겠습니까?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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