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한겨레엔 ‘87년을 성찰하고 반성해 새롭게 도약하자’는 주장이 담긴 기사가 심심찮게 실린다. 20년 전 이 나라엔 큰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 때 나는 국민학생. 어린이다운 삶에 충실했던 것 같다. 무언가 뒤숭숭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린이들의 고민 리스트엔 ‘고문치사’나 ‘독재타도’ 등의 용어는 없었다. 모든 게 변변치 못했던 서울 변두리엔 최루탄 냄새도 찾아 들지 않았지만, 당시의 시국은 야구장에도 미묘한 기운을 만들어 낸 것 같다. 새삼 야구란 얼마나 변수가 많은 스포츠인지 느끼게 된다. 아래는 작고한 이종남 기자의 저서 ‘한국 야구사’에 나온 당시 풍경. 스탠드에 분 민주화 바람 '6•29 노태우 선언'을 몰고 온 민주화 운동은 프로야구장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관중들은 마치 민주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