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건

한미 FTA에 관한 의문들

planet2 2007. 12. 12. 00:26
일단 두 가지.


1.

"서브프라임, 반세기내 최악 위기" : WSJ - 머니투데이 (2007.12.11)

미국의 ‘불황수출’과 한국경제 - 해럴드 경제 (2007.11.28)

한국의 대외 무역 의존도는 2005년 현재 69.3%. 여기에 서비스교역을 포함하면 그 비율은 더욱 높아지는데 이것은 20~60% 에 이르는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내수시장이 변변찮았던 한국은 무역에 치중할 수 밖에 없긴 했지만 뭐든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 대외의존이 너무 높으면 동시에 대외적 환경 변화에 대한 취약성 또한 높아져 안정적인 성장을 어렵게 한단다. 실제로 개방이 가속화된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한국은 경제의 변동성이 커졌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적색신호가 나타나는데도 불구하고 주가지수가 연일 사상최고치 기록을 갱신할 땐 "연내 2500, 내년 3000 포인트"를 운운하던 경제신문들이 요즘은 그런 소리 입에 담지 않는 대신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 구조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심심찮게 내놓는다. 세계 경제가 호황일 때는 괜찮지만 불황국면에 들어가면 파장이 커지기 때문이다. 만약 비관론자들의 전망대로 서브프라임 사태가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를 불러온다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위기가 심화될 게 분명하다. 그래서 이들은 늘 그렇듯 '당국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데, 나는 이들이 원하는 대책이 어떤 건지 모르겠다.

대외의존도를 더욱 확대할 게 분명한 '선택과 집중'논리의 한미 FTA를 말 그대로 지랄발광 해대며 환영한 게 당신들이잖아? 이제와서 왜 대외의존도를 걱정하고 이런 상황에서 무슨 대책을 내놓으라는 거지?

2.

2006년 8월 25일 청와대 오찬에서 심상정의원과 노무현 대통령과의 대화.

"대통령 생각 종교적 낙관같다" vs "인신공격 말라" - 레디앙, 2006.08.26

심 - 오늘 대통령께서 가장 잘 돼 있다고 주신 한미FTA 홍보 자료는 찬성논리로만 구성된 자료다. 일주일 시간을 주시면 똑같은 주제에 대해 반대하고 우려하는 사람들의 반대논리로 구성된 반박자료를 정리해드리겠다.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노 - 정리해서 보내 달라.

심 - ‘바다이야기’ 같은 사행성 도박 산업이 국지적 해일이라면 한미FTA는 한반도 전체를 삼키는 쓰나미가 될 거라는 우려가 높다.

노 - FTA는 전 세계적인 대세이다. 한미FTA를 추진한 첫 생각은 세계시장에서 '왕따'가 되서는 안된다는 거다. FTA에서 동아시아는 후발주자고 한국은 뒤처지고 있다. 미국에게 왕따 당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해봤다. 뒤에 따라가서 문을 열어주면 괜찮은데 안 열어주면 큰 일 아닌가.

일본이 미국과 먼저 FTA 하면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일본이 미국하고 중국이 미국하고 먼저 FTA를 체결하면, 불안하고 대충 따져 봐도 우리가 낙오된다. 한미FTA를 체결하면 얼마가 남을지 모르지만 뒤처지면 곤란하다.

미국의 압력으로 하냐는데 미국의 압력은 없었다. 미국도 미국의 생각이 있고 또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이 말한다고 해서 그것을 다 압력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정치 안보적으로도 강대국인 프랑스의 드골이라도 미국 눈치 안 볼 수 없고 중국은 중원의 중심인데도 중국 지도자도 미국에 대해 노골적으로 NO 못한다.

미국이 한미FTA를 선택한 것이지만, 나는 우리가 끌어들인 것으로 설명하고 싶다. 처음엔 미국이 FTA에 적극적이지 않아 걱정이었다. 김현종 본부장이 미국 끌어안을 테니 한번 해보자 이야기 한 적도 있다. 최선을 다해 협상하겠다.

심 - 한미FTA가 이른바 '국익' 이라면서도 정부는 그 타당성에 대해 신뢰할 만한 근거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 - 세계화 과정에 참여 여부 문제를 숫자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니다. 쌀 한 말 메고 시골에서 서울로 유학 갈 때 새로운 세상에 많은 기회가 있다는 논리 말고 그 이상 무엇을 말 할 수 있겠나. 큰 틀에서 봐야지 전자계산기 두드릴 일이 아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물려드는 것도 다 큰 흐름으로 그런 거다. 계산된 것도 보지만 수치는 별로 믿지 않는다.

심 - 대통령이 한미FTA에 대해 긍정적 확신과 소신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그 확신의 근거를 공유 못해 고통 받고 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국민들은 졸속 추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노 - 예상되는 국내 피해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서 대비하겠다. 농업분야와 관련해서는 농촌 노인들이 지금 60세인데 10년 뒤면 70세가 된다. FTA가 없더라도 농촌에 대한 복지대책은 세울 수밖에 없다. 물론 119조안에 포함돼 있는 것이다. 공업 분야는 일단 국회가 1차적으로 잘 대비해 줬으면 좋겠다. 특히 중소기업과 관련해 기술개발 부분에 대해서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또 정부가 방심하지 않고 협상과정에서 함정에 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비준을 안 할 값에 국회에서 협상 과정을 챙겨 달라. 어떤 전제 조건 없이 토론할 수 있어야 된다. 공청회를 엎어버리고 하는 일들이 많았는데 진지하게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 밀어붙이지 않고 정상적 절차 통해 추진하겠다.

심 - 밀어붙이지 않는다면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거냐.

노 - 법에 따라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내에 이 조건으로 안된다는 공론이 있지 않는 한 이대로 밀고 간다.

심 - 절반의 반대 의견 무시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반대 의견 묵살한다는 뜻이냐.

노 - 다 설득해서 갈 수 없지 않냐. 슈퍼마켓과 재래시장이 어렵지만 지금 이 시대에 지키자는 것도 무리 아닌가. 지금까지 우리가 많은 개방을 했고 어쩔 수 없이 열었지만, 이 모든 것을 우리 한국 사람들은 다 이겨냈다. 실패한 적이 없다. 한국인의 손은 신의 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이론적으로 안되는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갖고 있다.

심 - 대통령 말씀은 종교적 낙관처럼 보인다.

노 - 인신공격성 발언을 안 해 줬으면 좋겠다.

심 - 인신공격성 발언이 아니고 대통령 말씀 내용이 그렇다. 과거 성공은 관세 영역이고 FTA는 비관세 영역이다. 한미FTA로 사회경제적 제도를 바꾸자는 건데 미국은 바뀔 것이 없지 않나. 우리 사회의 거대한 변화가 예상되는데 전혀 준비되지 않고 있다.

전자계산기를 두들겨 숫자를 내놓으라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거대한 제도 변화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응할 체계적 준비가 전무하다는 게 한미FTA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핵심이다.

한미FTA가 나라의 미래의 성패를 좌우할 주요 정책 결정이기 때문에 국민 투표를 통해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고 내부적 개혁의 동인도 만들어나갈 수 있다. 예전에 대통령도 정치적으로 중요한 문제 국민들로부터 검증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지 않았느냐.

노 - 국민들 뜻은 국회 비준에서 대변될 것이다. 국민투표가 반드시 긍정적인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유효한 방안이 아닐 수 있다. 이제 그만하자.

 
이 말많고 탈많은 한미 FTA를 "쌀 한 말 메고 시골에서 서울로 유학 갈 때 새로운 세상에 많은 기회가 있다는 논리 말고 그 이상 무엇을 말 할 수 있겠나" "한국인의 손은 신의 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이론적으로 안되는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갖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말하며 밀어 붙이고 있는 노무현은 제 정신인가?

뭐야? 알고봤더니 한국인들은 죄다 초능력자였던거야? 나만 모르고 있던거야? 아님 내가 미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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