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요새 '민주화'라는 구호처럼 신경을 건드리는 말도 없다. 우선 무엇이든지 제법 가지거나 꽤나 내세울 게 있는 사람들에게 민주화라는 화상(畵像)이 기존의 모든 질서를 싸그리 뒤엎고 지금까지 누려온 이익을 송두리째 뺏어가려는 사탄처럼 생각되기 일쑤일 터이고, 반대로 수중에 지니거나 별로 앞세울 게 없는 사람들로서는 그 민주화가 소리만 요란했지 무엇 하나 구체적으로 내놓은 것이 없는, 이를테면 말로만 배부를 허깨비가 아니냐고 의심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화란 적어도 당분간은 이 양쪽 모두에게서 원망의 대상이 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민주화가 이런 서운한 대접을 받게 되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없지 않다. 그 하나는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포괄되는 갖가지 내용들에 대해 충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