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인간이 선악판단을 스스로 하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며, 인간은 오직 야훼 하느님 말씀만 맹목적으로 믿고 따르는 것이 요구된다는 설정은 그 종교를 지탱하는 사활적 요구일 것이다. (중략) 그런데 인간의 독립적인 선악판단 의지에 대해 오직 종교만이 이런 식으로 경고하고, 분노하고, 억합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사회 속 인간의 세속적 선악판단은 '정의'라고 불린다. 그 정의는 곧 법을 일컫는다. 그리고 국가는 이 법을 하느님과 같은 절대권력으로 지키고 있다. 어떤 국가든 국가는 '창세기'적 원리로 우리에게 국가와 동등한 자격으로 법적 정의를 가치판단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이를 무시하고 만약 우리가 진실을 말하는 뱀 혹은 이성의 '유혹'에 빠져 정의라는 가치판단에 관심을 갖고 국가와 동등한 자격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