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건

노회찬의 진보대연합 선언

planet2 2009. 12. 19. 14:01
가치를 바탕으로 거시적 조망을 해야 할 순간에도 만사를 정치공학 차원으로 끌고들어가 자신들만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한다는 착각을 즐기는 노빠들. 그런데 정작 정치공학적 운동이 제대로 시작되는 시점엔 계산을 못하네? 노회찬의 진보대연합 선언을 두고 민주당 본류보다 더 지랄지랄.

선거연합이란 연대 + 거래의 정치이고 사실 한 꺼풀만 벗기고 들어가보면 연대보다는 거래의 성격이 훨씬 강한 거 아닌가? 근데 아직 본 게임도 시작되지 않아 각 진영간의 주고받을 카드 목록도 작성되지 않은 시점에 노회찬은 무슨 말을 해야 했을까?

"우린 연합같은 건 안중에도 없고 독야청청 우리의 길만을 걷겠습니다"
"야권대단결을 위해 우리를 희생해가며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들과 적극 협력해 나가겠습니다"

지금으로썬 이 두 가지 모두 선택할 수 없다. 기성정당들과의 차별성을 알리면서 몸값도 높여야 할 필요가 그 누구보다 절실한 정당이 게임 시작전부터 차이점을 포기하고 기권할 수도 있다고 밝히면 대중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한편으로는 '분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널리 퍼져있고 진보진영 일각에서의 통합 요구도 강력한 상황이니 그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형편. 노회찬은 두 길 사이에 절충점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노회찬의 발언은 원론적 수준이고 벌써부터 예단하고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해 달아오를 필요가 없다.

노회찬은 민주당과의 연합 가능성을 봉쇄하지 않았다. 선거가 임박하고 각종 이슈가 달아오르게 되면 진보신당의 당내 우파와 당외부의 압력에 밀려 '국지적 연합' 정도는 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서울, 경기, 부산 등의 주요 광역도시의 단체장을 제외한 다른 선거에선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때의 모양새는 '시민사회의 염원과 민주당의 어려움을 포용'하는 것이 되어야 할텐데...

친노세력이 저러는 건 그들이 은연중에 밀고 있는 국참당이 전면적 연합 말고는 살길이 없으니까 그런 걸 수도 있겠다. 심정적으로는 민주당과만 거래하고 국참당은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고립하는 전술을 취했으면 좋겠다. 친노세력이 민주당 지지자들보다 더 진보적이어서 이쪽으로 더 쉽게 끌어올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그들은 '이념'에서 자유롭다고 말하지만 좌파 혐오와 자신들만의 신념이 그렇게 강한 유권자도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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