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건

미국 경제 단상

planet2 2008. 5. 3. 22:12
최근 들어 미국 증시의 급락세가 진정되고 상승세를 나타내자 또다시 "신용 위기는 끝났고 펀더멘털은 튼튼하니 미국 경제는 곧 힘차게 상승할 것이다"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어림없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시장 정상화’를 위해 월가의 금융기관들이 무얼 했는지 보라.

[월가 은행들, 눈가리고 아웅..정상화 멀었다 – 머니투데이 (2008.4.30)]

이외에도 경제회복이 쉽지 않은 이유에 관해 여러 훌륭한 학자들이 많은 설명을 내놓았고 가방끈 짧은 나는 그들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일 뿐 다른 말을 할 수는 없다.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아듣는 것 조차 쉽지 않은 걸. 다만, 두 가지가 신경 쓰인다.

기업들의 일상화된 구조조정과 축적된 이윤이 불황에 대한 대응력을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몇 번 말했듯이 바로 그 점이 위기를 낳은 원인이기도 하다는 것이 하나.

다른 하나는 전쟁이다. 미국 경제는 전쟁 종료기엔 예외 없이 큰 폭의 경기후퇴를 겪었다.


전쟁은 경기 부양 효과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주구장창 계속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초강대국 미국이지만, 전쟁의 양상이 '슬림'하게 바뀌었다해도 해마다 천억 달러 이상의 전비와 늘어가는 국가적-사회적 피로를 계속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전쟁이 미국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부담은 커질 것이고 전쟁이 종식될 때 충격은 더욱 명확하게 나타날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지만 막바지에 다다른 건 분명해 보인다.

2차 대전은 미국을 세계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등극시켰지만 베트남전은 미국의 자존심 뿐만 아니라 경제 패권에도 상처를 줬다. 85년의 플라자합의 같은 깡패짓, 90년대의 새로운 시장 개척과 IT붐 등을 통해 극복하긴 했지만 베트남전이 끝난 70년대 이후 갈수록 악화되던 경제를 회복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렸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지금의 상황이 70년대 초반과 매우 유사하다고 말한다.

맑시스트 경제학자 폴 스위지는 2차 대전 후 7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세계 경제의 호황엔 전쟁복구와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파급 효과를 미친 ‘제2차 자동차화’라는 큰 요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휴대폰과 컴퓨터 같은 우리의 생활을 바꾼 상품들은 이젠 일상화 되었다. 시장이 성숙하면 경제의 활력은 떨어지기 마련. 자동차나 컴퓨터 같은 파급력을 지닌 새로운 상품이 나올 수 있을까? 이 전쟁이 끝나고 나면 미국과 세계 경제는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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