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역사

재일동포와 일본의 기만

planet2 2007. 8. 5. 21:23
1. 어지간해선 영화를 보다 마는 경우가 없는데 ‘박치기’ 를 보다 그냥 꺼버린 적이 있다. 극중에서 양심적 일본인으로 등장하는 오다기리 죠의 대사를 듣고 몹시 짜증이 났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반도를 식민지배 했어. 이름까지 바꾸게 했어. 천황과 관련이 있는 한자까지 못쓰게 했지. 60, 아니 70만 명이 소, 돼지처럼 일본으로 끌려왔어. 그 다음엔 소련과 미국이 전쟁을 일으켜서 조선을 놓고 서로 가지려고 싸웠지. 전쟁으로 5백만이 죽었어. 지금도 휴전 중이야. 아직 끝난 게 아니라 잠시 쉬는 중이지”

이외에도 조선인들의 비애를 짚어주는 대사가 몇 번 더 나온다. 재일조선인의 일본 거주 경위와 분단의 실상을 지적한 옳은 소리들 이었는데 나는 왜 기분이 상했을까? 몇 번 생각해봤는데 아직 이유를 알아내지 못했다.

2. 이 영화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재일 조선인들의 귀국운동은 동포사회는 물론이고 남북한과 일본에도 아직까지 여운이 남아있는 현재진행형의 역사적 사건이라고 한다. 지금껏 이 사건의 내용은 당시의 사상 조류와 북한의 지원에 감화된 동포들과 정치 경제적 이유로 이들의 유입을 바라던 북한이 1950년대 후반부터 ‘귀국’을 요구했고, 일본 정부는 이들의 요구가 불감청(不敢請)이기는 했지만 인도주의를 거부할 수 없어서 떠밀리는 형식으로 귀국을 허락했다고 알려져 왔다. '재일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나가줬으면...' 바라긴 했어도 적극적으로 쫓아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재일동포의 역사를 개괄한 한홍구 교수의 글

그러나 최근 발견된 사료에 의하면, 일본의 우익은 재일동포의 귀환을 방조하거나 은근히 유도하는 수준을 넘어 동포들의 요구가 있기 전부터 그들의 추방을 면밀하게 계획했고 귀국운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자신들의 필요때문에 갖은 방법으로 데려온 조선인들이 전쟁이 끝난 상황에선 부담이 되니까 어떻게든 쫓아내려고 하던 차에 때마침 만들어진 좋은 구실을 활용해 생색을 내면서 쫓아냈고 지금은 그때 돌아간 사람들을 조롱하거나 북한을 압박하는 정치적 구실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조선인 북송'은 일본의 기만이었다 - 서경식

기만 당하지 말아야 한다. 시작은 그것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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