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역사

미국 대 존 레논

planet2 2010. 2. 13. 06:17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두드러졌던 존 레논의 정치 행적과 미국의 탄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한국에는 "존 레논 컨피덴셜"이라는 제목으로 DVD가 발매되었다.

레논의 생전 영상과 당시 기록물, 오노 요코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의 증언 그리고 FBI의 비밀 해제문서를 통해 레논이 처했던 환경과 그에 따른 그의 행동을 밝힌다.

존 레논이 어떤 성향의 인물이었는지는 다들 알테고, 그런 그를 미국 정부가 어떻게 다뤘을지도 능히 짐작 가능하다. 영화를 보고 알게 된 것은 존 레논은 알려진 것보다 몽상적이지 않았으며 미국 정부, 특히 닉슨과 정권 핵심인사들은 생각보다 비열했다는 것이다.

당시의 그는 마약에 취한 건지 오노 요코와의 사랑에 푹빠져서 그런건지 어딘지 얼이빠져 현실감각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보였다. 영국과 미국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어린시절부터 내가 보아왔던 이 나라 대중매체들은 한결같이 그렇게 묘사했다. 천재의 기행 정도로 묘사되는 '우스꽝스러운 침대시위'가 대표적인 예이다. 추레한 행색으로 침대에 누워 선문답같은 말만하는 모습. 그게 예술이라니? 평화를 위해 머리를 기르라니?

사실 그가 무언가에 취해 있었던 건 맞다. 불우하게 자란 노동계급 출신의 락스타는 "어딜가도 혁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던" 60년대 후반의 시대분위기에 흠뻑 취해 있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이 단지 분위기에 들떠 몽롱한 정신상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그의 정신은 시대를 읽는 날카로운 이성과 창조적 아이디어로 가득했다.

존 레논은 매스컴이 가진 힘과 자신이 가진 힘 그리고 매스컴의 행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침대 시위가 바로 그 예. 총을 드느니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자는 퍼포먼스도 기발했지만 메시지의 전파를 위해 택한 전술도 탁월했다. 그와 오노 요코의 신혼여행을 쫓아 다니는 언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서 동시에 매스컴에 대한 통렬한 조롱을 퍼부었다. "당신들이 원하는 건 허니문 침대에서 뒹구는 우리의 모습이잖아? 실컷 보여주겠으니 어서들 와서 우릴 찍으라구." 이 얼마나 영리하고 유쾌한 반격인가.

이렇게 총명하고 엄청난 대중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을 지배자들이 반길리없다. 미국 정착이후 급진 운동가 어울려 반전-반닉슨 운동을 벌이니 닉슨 정권의 미움을 톡톡히 산다. 자연스럽게 탄압이 가해진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 탄압의 강도가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01234

대통령까지 직접나서서 저런 말을 했으니 그에게 가해진 압박이 오죽했을까. 결국 신변의 위협을 느낀 그는 정치적 친구들을 멀리하고 오랫동안 침묵하게 된다. 그리고......

74년부터 80년까지의 그의 삶은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와 그의 시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시절 모습까지 다뤘어야 하는데 아쉽다. 그의 삶이 워낙 드라마틱해서 그런지 영화는 재밌었다.







'사회 >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발췌] 대처리즘의 문화정치  (0) 2010.05.09
책 두 권, 메모  (2) 2010.03.05
길은 복잡하지 않다  (2) 2010.03.02
혁명 만세!?  (0) 2010.02.10
재일동포와 일본의 기만  (0) 2007.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