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건

좌파에 관한 불만 한 가지

planet2 2010. 11. 27. 02:35

박노자 선생의 빠이지만 이번 글의 몇몇 부분은 긍정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유화적으로 나가도 쟤들은 포를 쏘고 핵을 개발하며 초지일관 호전적이었던 건 이미 입증되었잖습니까. 또한 이명박 정권이 강경했으면 얼마나 강경했다고요.

민노당은 논외로 하고, 자신들을 정통좌파로 여길 법한 양반들조차 평소엔 북한 비판, 민노당 비판을 열심히 하다가도 결정적 순간엔 평화주의를 추구해야 한다는 당위에 사로잡혀 민노당과의 차별성을 드러내질 못하고 있으니 갑갑합니다.

평화를 위한 노력과 운동, 북한에 대한 이성적 접근과 "같은 중생"에 대한 슬픔을 갖는 것. 모두 필요한 일이고 훌륭합니다. 하지만 장기적 비전과 단기적 대응은 세심하게 구분하고 조율해야지요. 국회의 규탄 결의안이 전쟁 결의안은 아니었잖습니까.

극우파가 아니라면 전쟁 발발을 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전쟁은 바라지 않습니다. 그것만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대화하고 평화를 추구하고 감군하는 거 물론 동의합니다. 하지만 대화를 할래도 그 전에 저 놈들이 들고 있는 몽둥이를 빼았고 주먹질을 멈추게 한 다음에야 가능한 거 아니겠습니까.

이 나라가 미국이나 유럽 나라들처럼 주변에 위협적인 국가가 없는 나라라면 저 역시 어떤 형태의 무력 행사도 반대하며 일관되게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열렬히 지지할 겁니다. 하지만 합리적 소통이라는 게 도저히 통하질 않는 북한을 놓고 이런 초인적 인내를 발휘하는 건 오히려 우리를 더 만만하게 여기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이른바 과학적 사회주의나 계급투쟁같은 좌파의 전통은, 온정이나 이상적 열망 등에 기대를 거는 걸 냉소하면서, 사태를 해결하려면 결국은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통찰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러한 견지를 왜 한사코 북한에 대해서 만큼은 적용하지 않으려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에게 테러를 자행하고 다니면 뭐라고 할 겁니까? 그때에도 같은 중생에 대한 슬픔을 말하며 온정에 호소하기만 할 겁니까?

어찌됐건 피할 수 조차 없는 저 미친 깡패에게 대응할려면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의 힘이 필요한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평화를 추구하는 건 좋지만 북한이라는 세상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특수한 집단과 그들에 대한 대중의 공포와 분노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장기적 평화 실현을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은 싫어도 힘을 구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걸 인정하기를 바랍니다. 감군과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호소는 먼저 북한을 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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