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잡상

순수함?

planet2 2010. 3. 14. 00:58

 20세기를 지나오면서 정부의 비대화가 비효율적인 것임이 드러났고 집단주의, 공산주의, 복지국가, 케인스의 경제이론을 신봉하는 케인시안 등은 여러 면에서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그러자 인류의 삶을 극적으로 향상시켰지만 19세기에 혼란이 닥쳐올 때 사람들이 내쳐버린 고전적 자유주의에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1980년대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과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당시의 지배적인 정치 이념인 복지국가론을 버리고 이러한 자유주의에 입각한 경제정책을 단행했다. 그후 고전적 자유주의가 새롭게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대처 수상과 레이건 및 그 이후 시대는 실질적인 신자유주의 시대라 할 수 없다.

그 예로 레이건 대통령의 자동차 수출 자율규제와 부시 대통령의 군산복합체 지원 등은 결코 신자유주의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그 당시 정부는 여전히 경제에 다양한 통제를 가했다. 미국은 결코 명실상부한 신자유주의 국가가 아니었으며 자유시장체제도 아니었다. 따라서 이번 금융위기를 신자유주의나 시장실패의 탓으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토머스 우즈 주니어, "케인스가 죽어야 경제가 산다", 안재욱 해제, 이건식 옮김, 리더스북, 2009
Thomas E. Woods Jr., "Meltdown", Regnery Press, 2009

 
무시무시한 제목답게 케인즈주의를 공격하고 신자유주의(오스트리아 학파)를 옹호하는 책입니다. 아무튼 저 주장을 요약하자면, "이념이 본래의 형태대로, 순수하게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의 사상은 일어난 사태에 책임이 없으며 따라서 실패하지도 않았다."는 건데요. 좌파 진영 일각에도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국에선 주로 '다함께'라는 정치조직이 위와 비슷한 말을 하며 이른바 현실 사회주의 체제는 사회주의와는 무관한, 실은 국가 자본주의 체제였다고 주장하죠.

이념은 순수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결코 순수할 수가 없죠. 온갖 것들로 오염이 되게 마련입니다. 순수했냐, 100% 냐 따위는 논의의 대상조차 될 수 없습니다. 따져볼 수 있는 건 이념/사상/철학이 사회에 어느 정도의 지배력을 행사했고 어떻게 작용했으며 그게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 일 뿐이죠.

전혀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반성을 회피하는 비겁하고 뻔뻔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하지 못한 것들을 비난하는 사람은 멍청하거나 교활하거나 둘 다 이거나 이 세 부류 중의 하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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