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극

드라마 시효경찰

planet2 2015. 1. 1. 04:58

시효경찰(時効警察)과 돌아온 시효경찰(帰ってきた時効警察)은 2006~2007년에 일본 TV아사히 방송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시리즈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로 이름을 알린 미키 사토시 감독이 드라마 제작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거 같다. 이 시리즈와 몇 년 후에 나온 "아타미의 수사관"때문에 나는 미키 사토시와 오다기리 죠의 팬이 되었다.


드라마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엉뚱하고 얼빠진 사람들이 잔뜩 모인 소부경찰서. 그 중 시효관리과[각주:1]는 서내에서 가장 한가한 부서다. 과장의 모토는 ‘일은 싫은 소리 듣지 않을 만큼만 하고 나머지는 취미생활 하는 것도 좋은 인생’. 시효관리과에서 일하던 주인공 키리야마 슈이치로 (오다기리 죠)는 어느 날 옆자리의 상사로부터 ‘취미가 없는 남자는 도량이 좁다’는 핀잔을 듣고선 그날밤 종이학 1000마리를 접으며 ‘뭔가 멋진 취미를 갖게 해달라’는 소원을 빈다. 때마침 시효(時效)가 지난 살인사건이 그의 눈에 띄고 그는 취미로 그것을 조사하기로 마음먹는다. 이리하여, 키리야마는 "낚시를 취미로 하는 어부처럼 수사를 취미로 하는 경찰관"으로 다시 태어난다. 여기에 키리마야를 은근히 좋아하던 교통순경 미카즈키 시즈카 (아소 쿠미코)도 얼떨결에 휘말려 취미 수사 콤비가 탄생한다.








수사를 통해 범인이 밝혀져도 사건의 시효는 이미 지났으니 키리야마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범인에게 벌을 주는 건 키리야마의 관심사도 아니다. 그러니 사건의 완전한 규명은 범인이 자백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자백을 해준 범인에겐 협조에 감사하며 사건에 대해 함구하겠다는 다짐을 담은 카드를 준다.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이제부터 당신에게 말씀드리는 건 어디까지나 제 취미로 하는 수사의 결과입니다. 사건 그 자체는 시효가 지났으니까 만일 당신이 범인이어도 제가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의 수사는 모두 범인분의 선의를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모처럼 협조해주신 범인분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아 생각해 본 결과,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카드를 드리겠습니다."]   


2시즌, 전체 18편의 드라마는 한편만 제외하고 모두 이렇게 시효를 넘긴 장기미제 살인사건들의 진상을 파헤치는 각각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다. 당연히 기복이 있어서 유난히 재미없는 에피소드도 있긴 하지만 기발한 설정과 말장난들, 화면 여기저기에 깨알처럼 쏙쏙 박혀있는 소품들이 긴 여운을 남기는 웃음을 준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드라마!!


추리와 코미디가 함께한다는 점에서 트릭이나 케이조쿠와 비슷하다고 여길 수 있는데 그것들보다는 오버가 훨씬 덜하면서도 아기자기하고 일상적인 유머가 돋보인다. 전자의 작품들과는 비슷하다기보다는 오히려 대조적인 작품이라고 본다.


이 드라마의 개그 스타일



아, 트릭과 케이조쿠의 감독인 츠츠미 유키히고와 미키 사토시는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지만 뭘 한껏 벌려놓는 건 잘하는데 마무리는 엉망이라는 점은 비슷하긴 하다...


드라마의 최종회는 의미심장하다. 안 웃기는 얘기만 떠들어대는 연인을 견디다 못해 살의를 품었던 여성에 관한 이야기.


그러므로 결론은 재밌는 게 최고!?


아무튼 저 최종회는 나에게 큰 교훈을 남겼다. 난 결혼하면 안 된다는 것. 분명히 살해당할 것이다... ㅠㅠ


아기자기한 유머를 좋아하고 일과 삶의 균형 속에서 일상의 소소한 만족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이 드라마를 즐겁게 볼 거 같다. 이 드라마의 추리란 것도 정체불명의 거악이나 범인에 맞서며 미스테리를 풀어나가지 않는, 손에 땀낼 일 없는 심심한 것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냥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엄청 맛있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지만 계속 생각나고 찾아 먹게 되는 맛을 지닌 과자같달까? 여유를 찾고 싶은 분들은 한 번 보시라!




  1. 범인을 체포하지 못해 형사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의 기록물 등을 관리하는 부서. 실제 경찰서에는 이런 부서가 있을 거 같지 않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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