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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제2판 서문

내가 1960년에 여섯 차례의 강연으로 구성될 ‘역사란 무엇인가’의 첫 번째 초고를 완성했을 때, 서구세계는 아직도 두 차례의 세계대전의 충격과 러시아와 중국에서 일어난 두 차례의 중대한 혁명의 충격 때문에 비틀거리고 있었다. 순진한 자신감을 보여주었던 그리고 습관적으로 진보를 믿었던 빅토리아 시대는 멀찌감치 지나가버렸다. 세계는 혼란스럽고 심지어는 위험스럽기까지 한 곳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어떤 어려움들로부터는 벗어나기 시작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징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전쟁 끝에 도래하리라고 널리 예견되었던 세계경제의 위기는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는 조용히 대영제국(大英帝國)을 해체했으며, 아무도 그것을 거의 깨닫지 못했다. 헝가리와 수에즈 운하의 위기는 극복되었거나 아니면 점차 잊혀..

사회/역사 2015.01.21

2015년의 뻘생각 1

남한에서 클래식과 좌파의 처지는 닮은 꼴이다! 1, 소수만 좋아한다. 2. 때문에 흔히 접할 수 있는 일반적인 방송에서 이것들을 진지하게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골프는 자주 다루지만. 3. 그러므로 제대로 알려면 모종의 기본상태를 넘어서는 노력과 자원이 상대적으로 많이 든다. 여기서 계급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클래식을 향유하는 사람들, 좌파를 주도하는 사람들 양쪽 모두 자원을 쏟아부을 수 있는 중류층 이상의 가정을 배경으로 가지고 있는 고학력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계급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이따금 볼 수 있지만 그건 헛소리거나 거짓말. 물론 좌파에겐 계급이 또 다른 의미로써도 중요하다만... 4. 옛날 사람들, 특히 독일인이 만들어 놓은 걸 가지고 누가 해석을 잘했..

사회/잡상 2015.01.06

드라마 시효경찰

시효경찰(時効警察)과 돌아온 시효경찰(帰ってきた時効警察)은 2006~2007년에 일본 TV아사히 방송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시리즈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로 이름을 알린 미키 사토시 감독이 드라마 제작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거 같다. 이 시리즈와 몇 년 후에 나온 "아타미의 수사관"때문에 나는 미키 사토시와 오다기리 죠의 팬이 되었다. 드라마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엉뚱하고 얼빠진 사람들이 잔뜩 모인 소부경찰서. 그 중 시효관리과는 서내에서 가장 한가한 부서다. 과장의 모토는 ‘일은 싫은 소리 듣지 않을 만큼만 하고 나머지는 취미생활 하는 것도 좋은 인생’. 시효관리과에서 일하던 주인공 키리야마 슈이치로 (오다기리 죠)는 어느 날 옆자리의 상사로부터 ‘취미가 없는 남자는 도량이 좁..

오락/극 2015.01.01

[발췌] 왜 우리는 더 불평등해지는가

[김공회, 김어진, 오창룡, 이재욱, 이정구, 최철욱 "왜 우리는 더 불평등해지는가", 바다출판사, 2014] “비판적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젊은 학자들”, 내가 보기엔 남한의 젊은 맑시스트들이 요즘 떠들썩하게 대접받고 있는 피케티의 에 관해 고찰한 논문들을 엮어서 만든 책. 그러니 어떤 "진보"들과는 다르게 피케티에 대한 환호 대신 냉철한 비판이 가득하리라는 짐작을 할만하다. 물론 짐작대로다. 단점부터 말하자면, 6명의 필자들이 다들 일단 "피케티의 논지는 이러저러하다"고 말하며 글을 시작하고 비슷비슷한 설명과 주장을 하므로 내용의 상당부분이 중복된다. 따분함을 자아내는 "노동자 계급의 국제적 연대만이 진정한 해법"이라는 좌빨 도덕 상식을 피할 수 없기도 하고. (물론 이 말은 지극히 옳다!) 그러나 피..

기록창고 2014.11.16

사회주의 100년 2014년판 서문

『사회주의 100년One Hundred Years of Socialism』 초판에서는 제2인터내셔널이 탄생한 1889년에 시작된 20세기 서유럽 사회주의 정당의 역사를 돌아봤다. 초판 이후 새로운 기록이 발굴되고, 각종 회고록이 줄을 잇고, 다양한 해석을 제시하는 책이 쏟아졌다. 하지만 서유럽 사회주의 정당과 공산주의 정당이 겪은 흥망성쇠에 관한 기본적인 이야기는 달라진 게 없다. 사회주의의 미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공산주의가 사망했다는 1996년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사회주의는 (정확히 말하자면 현대 사회민주주의는) 아직 수명이 다하지 않았다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런 기대는 근거가 전혀 없지 않은데도 두 가지 운동의 과제가 달라진..

사회/역사 2014.10.27

프랜시스 윈의 "자본론 이펙트" 머리말 : 미지의 걸작

1867년 2월,『자본론(Das Kapital)』제1권의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기 바로 얼마 전, 카를 마르크스는 프리드리히 엥겔스에게 발자크의 작품『미지의 걸작(Le Chef-d'oeuvre inconnu)』을 꼭 읽어보라고 권했다. 그는 이 소설 자체가 또한 걸작이라면서 "최고로 유쾌한 역설들이 그득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오늘날 우리는, 엥겔스가 마르크스의 권고를 주의 깊게 듣고 이 책을 읽었는지 어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만일 그랬다면 그런 역설들은 여기저기서 발견했을지 모르나, 마르크스가 그 책을 그렇게까지 재미있다고 여긴 것에는 조금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미지의 걸작』 이라는 작품은 프랭오페르라는 어느 대단한 화가의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다. 그는 이 이야기에서, 10년 동안 단 하나의 초..

사회/역사 2014.08.17

민주화라는 이름의 허상

정말이지 요새 '민주화'라는 구호처럼 신경을 건드리는 말도 없다. 우선 무엇이든지 제법 가지거나 꽤나 내세울 게 있는 사람들에게 민주화라는 화상(畵像)이 기존의 모든 질서를 싸그리 뒤엎고 지금까지 누려온 이익을 송두리째 뺏어가려는 사탄처럼 생각되기 일쑤일 터이고, 반대로 수중에 지니거나 별로 앞세울 게 없는 사람들로서는 그 민주화가 소리만 요란했지 무엇 하나 구체적으로 내놓은 것이 없는, 이를테면 말로만 배부를 허깨비가 아니냐고 의심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화란 적어도 당분간은 이 양쪽 모두에게서 원망의 대상이 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민주화가 이런 서운한 대접을 받게 되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없지 않다. 그 하나는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포괄되는 갖가지 내용들에 대해 충분한..

사회/역사 2014.02.05

드래곤 사쿠라를 보고...

드래곤 사쿠라 (ドラゴン桜, 2005, 일본 TBS) 도쿄에 있는 사립 류잔(龍山) 고등학교는 공부엔 담쌓은 아이들이 모인 이른바 '똥통학교'로 유명하다. 바로 옆에는 졸업생 셋 중 하나가 도쿄대로 진학할 정도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모여있는 명문고가 있다. 지역주민들은 명문고와 비교해 류잔고 학생들을 차별하고 무시하기 일쑤다. 사정이 이러니 입학을 원하는 신입생의 수는 갈수록 줄고 여기에 경영실책까지 겹쳐 류잔고 학교재단은 도산위기를 맞는다. 이에 따라 도쿄 지법은 은행을 비롯한 채권자를 대리해 학교 경영을 감독하고 관리할 인물로 사쿠라기 겐지라는 변호사를 임명한다. 학교의 남은 자산을 채권자들에게 분배하고 법인은 청산 후 다음 주인에게 인계. 사쿠라기는 처음엔 이런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사태를 처리..

오락/극 2011.02.06

좌파에 관한 불만 한 가지

박노자 선생의 빠이지만 이번 글의 몇몇 부분은 긍정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유화적으로 나가도 쟤들은 포를 쏘고 핵을 개발하며 초지일관 호전적이었던 건 이미 입증되었잖습니까. 또한 이명박 정권이 강경했으면 얼마나 강경했다고요. 민노당은 논외로 하고, 자신들을 정통좌파로 여길 법한 양반들조차 평소엔 북한 비판, 민노당 비판을 열심히 하다가도 결정적 순간엔 평화주의를 추구해야 한다는 당위에 사로잡혀 민노당과의 차별성을 드러내질 못하고 있으니 갑갑합니다. 평화를 위한 노력과 운동, 북한에 대한 이성적 접근과 "같은 중생"에 대한 슬픔을 갖는 것. 모두 필요한 일이고 훌륭합니다. 하지만 장기적 비전과 단기적 대응은 세심하게 구분하고 조율해야지요. 국회의 규탄 결의안이 전쟁 결의안은 아니었잖습니까. 극우파가 아니..

사회/사건 2010.11.27

잡담 20101016

※ 양상문 전 코치가 롯데의 공식 홈페이지에 해임에 관한 자신의 심경을 토로한 글을 올렸단다. 다수의 롯데팬들은 또 다시 그에게 비난을 퍼붓고 있다. "그냥 조용히 떠날 것이지 궁시렁 궁시렁 변명하며 뒷말을 하고 있다"나? 현장의 상황이 어떤지,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실파악이 아니라 '짐작' 밖에 할 수 없으면서도 팬이 벼슬이라고 있는 말 없는 말 다 하고 있는 욕 없는 욕 다 퍼부어도 괜찮고, 비난의 대상은 무슨 말을 들어도 벙어리로 지내야 하는 가? "나는 사방팔방에 100톤의 욕을 퍼부어도 정당하지만 누가 나를 1g 어치라도 욕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깝쪽대는 건 이글루스를 비롯한 다수 인터넷 비평가들의 행태이긴 하다. 근데 그렇게 싫은 소리 듣기 싫으면 말을 가려서 신중하게 하던가 아니면 쌍욕을..

카테고리 없음 2010.10.16

잡담 20101005

※ 롯데가 결국 패했군요. 3년연속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 게다가 이번엔 충격적인 리버스 스윕으로. 로이스터의 연임을 바라는 일부 팬들의 기대는 꺾일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장점도 많고 팀의 잠재력을 다져 놓은 성과도 있지만 단점도 많은 감독이라서 경질되건 유임되건 저는 납득할 수 있습니다. 다만 누가 후임이 되건 자유롭고 호쾌한 롯데만의 매력은 망가뜨리지 말기를 바랍니다. ※ 민주당과 진보진영 인사들의 상당수는 아직까지 천암함 사건은 북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저는 과학적 근거들에 관해선 들어도 뭔소린지 알 수 없으니 판단할 수 없지만 돌아가는 정세를 보면 북의 소행이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남한과 미국이 음모를 꾸며서 북에 책임을 뒤집어 씌웠다면 지금 저들은 저렇게 유화적 제스쳐를 취하..

사회/사건 2010.10.06

신자유주의를 이해할 때 주의해야 할 점

오늘날 미국이 주도한 세계경제의 지배적 패러다임은 신자유주의다. 이것이 항간에서 이해되는 것처럼 시장 맹신론은 아님에 주의해야 한다. 신자유주의는 1970~80년대 시장원리주의적인 보수주의의 부상, 즉 레이거노믹스나 대처리즘과 같은 신보수주의 사조의 부흥에 대응한 근대적 자유주의의 변신이다. 다시 말해 대공황의 교훈에 입각한 근대적 자유주의, 곧 (신)케인스주의의 한계에 대한 신보수주의의 도전을 흡수한 결과다. 케인스의 얼굴을 띠면서도 통화주의나 신고전파의 문제제기를 적극 흡수한 새케인스주의는 신자유주의의 경제학이다. 침몰 하는 '신자유주의' … 경합하는 새 모델들 - 한겨레, 2010.05.09 공공의 시장개입 필요성을 '어느 정도' (어느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에 관해선 별 말 없이) 인정한다는 걸 이..

사회/잡상 2010.05.10

[발췌] 대처리즘의 문화정치

스튜어트 홀, "대처리즘의 문화정치", 임영호 옮김, 한나래, 2007 Stuart Hall, "The Hard Road to Renewal : Thatcherism and the Crisis of the Left", Verso Books, 1988 이데올로기적으로 대처리즘은 '자유 시장'과 경제인이라는 자유주의 담론과 전통, 가족, 국가, 명예, 가부장주의와 질서 등의 유기적 보수주의의 주제를 결합해 새로운 담론 접합체를 만들어낸 것으로 간주된다. ...... 아주 일반적으로 말해, 또 수많은 명예로운 예외들을 제쳐두고 보면 좌파의 정치분석은 가엾을 정도로 빈약하며, 이데올로기적 분석은 어느 편이냐 하면 더 열악한 상태에 있다. 이 둘은 인습에 사로잡힌 채 이루어지고 있어, 오늘날의 사태 진전이 형성되..

사회/역사 2010.05.09

순수함?

20세기를 지나오면서 정부의 비대화가 비효율적인 것임이 드러났고 집단주의, 공산주의, 복지국가, 케인스의 경제이론을 신봉하는 케인시안 등은 여러 면에서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그러자 인류의 삶을 극적으로 향상시켰지만 19세기에 혼란이 닥쳐올 때 사람들이 내쳐버린 고전적 자유주의에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1980년대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과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당시의 지배적인 정치 이념인 복지국가론을 버리고 이러한 자유주의에 입각한 경제정책을 단행했다. 그후 고전적 자유주의가 새롭게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대처 수상과 레이건 및 그 이후 시대는 실질적인 신자유주의 시대라 할 수 없다. 그 예로 레이건 대통령의 자동차 수출 자율규제와 부시 대통령의 군산복합체 지원 ..

사회/잡상 2010.03.14

책 두 권, 메모

1. 노무현, 성공과 좌절, 학고재, 2009 퇴임 직전인 2007년 후반부터 서거 직전인 2009년 4월까지 전대통령 노무현의 글과 구술을 모아 엮은 책. 그가 쓰고자 했던 회고록의 구상을 담은 메모와 홈페이지의 글, 간략한 일대기와 집권 후기의 정권 홍보성 평가가 담겨 있다. 대부분 언론 보도나 지지자들의 글을 통해 접했던 내용이라서 시사에 관심을 두고 있던 사람이라면 굳이 사서 읽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읽어보니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엔 가장 양심적이었고 양심적이고자 노력했으며, 그래서 부끄러움을 알았고 지적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무엇을 성공했고 무엇에 좌절했는지,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에 관한 반성적 성찰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계 정치인들은 '노무현 정신'..

사회/역사 2010.03.05

길은 복잡하지 않다

이갑용, "길은 복잡하지 않다", 철수와 영희, 2009 제목과는 다르게 노동자 이갑용이 걸어온 길은 쭉뻗은 탄탄대로가 아니라 굴곡의 연속이었다. 민주노조 운동에 동참한 그의 길엔 회사, 어용노조, 경찰, 정부, 노동계 내부의 정파이기주의라는 장애물들이 가득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쫓기다 골리앗 크레인까지 올라가 보지만 달성하고자 했던 목적은 이루지 못하고 언제나 쓰디 쓴 분루만 삼켜야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늘 패배하면서도 민주노조는 성장한다. 이갑용 역시 평조합원에서 노조간부로 거대기업 노조위원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그리고 광역시의 구청장으로 신분이 상승한다. 이런 일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책에 의하면 유혹과 탄압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원칙을 지키며 운동을 한 것이 그 비결이다. 동료 노동..

사회/역사 2010.03.02

전태일 평전

『전태일 평전』 읽는다는 검사님들께 - 레디앙, 2010.02.18 전태일 평전은 얼마 전에 읽었습니다. '나도 10대시절에 옷만드는 공장에서 일해봤고, 알만큼은 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이제서야 읽은 거죠. 자기전에 1시간만 읽을 생각으로 책을 들었다가 놓지 못하고 밤을 샜습니다. 몸에 벼락이 내려치는 느낌이었습니다. 내 무지와 오만에 대한 반성, 안타까움, 경외심, 미안함, 분노 등등이 얽혀 온몸에 저릿하게 흐르더군요. 저 글의 필자는 검사들을 조소하며 '전태일 평전을 열독하는 대신 비정규직 노동현장에서 일해보라'고 하는데요. 그렇게 냉소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검사들이 저 책을 읽기나 하겠어요? 읽는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님들께 '마음을 열고 읽어보라'고..

사회/사건 2010.02.19

미국 대 존 레논

The U.S. vs. John Lennon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두드러졌던 존 레논의 정치 행적과 미국의 탄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한국에는 "존 레논 컨피덴셜"이라는 제목으로 DVD가 발매되었다. 레논의 생전 영상과 당시 기록물, 오노 요코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의 증언 그리고 FBI의 비밀 해제문서를 통해 레논이 처했던 환경과 그에 따른 그의 행동을 밝힌다. 존 레논이 어떤 성향의 인물이었는지는 다들 알테고, 그런 그를 미국 정부가 어떻게 다뤘을지도 능히 짐작 가능하다. 영화를 보고 알게 된 것은 존 레논은 알려진 것보다 몽상적이지 않았으며 미국 정부, 특히 닉슨과 정권 핵심인사들은 생각보다 비열했다는 것이다. 당시의 그는 마약에 취한 건지 오노 요코와의 사랑에 푹빠져서 그런건지 ..

사회/역사 2010.02.13

혁명 만세!?

그러니까 자코뱅의 몰락이 공포에서 평화로의 이행이라는 주장을 반박하는 첫번째 사실은, 바로 그날, 단 하루 만에 로베스피에르 및 그의 동료 70명이 단두대에서 처형되었으니 이는 혁명 전 기간을 통틀어 최고 기록이다. ...... 리옹에서는 자코뱅 당원 300명을 창고에 몰아넣고 불을 질러 죽이는 만행이 벌어졌다. 혁명성지 판테온에 안치되어 있던 마라의 유해는 버려졌다. 코뮌은 제 기능을 박탈당했고, 가난한 유권자들을 배제하는 선거법 개정이 이뤄졌다. 음식 값 상한제가 철폐된 탓에 기근이 벌어지자, 신정부를 지지하던 한 신문은 이렇게 썼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얼굴들은 죄다 수척하고 창백하다. 고통과 피곤함, 패고픔과 피로의 기색이 역력한 얼굴들이다." 가격상한제 법으로 돌아가자는 상퀼로트들의 봉기가 몇 ..

사회/역사 2010.02.10

노회찬의 진보대연합 선언

가치를 바탕으로 거시적 조망을 해야 할 순간에도 만사를 정치공학 차원으로 끌고들어가 자신들만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한다는 착각을 즐기는 노빠들. 그런데 정작 정치공학적 운동이 제대로 시작되는 시점엔 계산을 못하네? 노회찬의 진보대연합 선언을 두고 민주당 본류보다 더 지랄지랄. 선거연합이란 연대 + 거래의 정치이고 사실 한 꺼풀만 벗기고 들어가보면 연대보다는 거래의 성격이 훨씬 강한 거 아닌가? 근데 아직 본 게임도 시작되지 않아 각 진영간의 주고받을 카드 목록도 작성되지 않은 시점에 노회찬은 무슨 말을 해야 했을까? "우린 연합같은 건 안중에도 없고 독야청청 우리의 길만을 걷겠습니다" "야권대단결을 위해 우리를 희생해가며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들과 적극 협력해 나가겠습니다" 지금으로썬 이 두 가지 모..

사회/사건 2009.12.19

법을 보는 법

이렇게 인간이 선악판단을 스스로 하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며, 인간은 오직 야훼 하느님 말씀만 맹목적으로 믿고 따르는 것이 요구된다는 설정은 그 종교를 지탱하는 사활적 요구일 것이다. (중략) 그런데 인간의 독립적인 선악판단 의지에 대해 오직 종교만이 이런 식으로 경고하고, 분노하고, 억합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사회 속 인간의 세속적 선악판단은 '정의'라고 불린다. 그 정의는 곧 법을 일컫는다. 그리고 국가는 이 법을 하느님과 같은 절대권력으로 지키고 있다. 어떤 국가든 국가는 '창세기'적 원리로 우리에게 국가와 동등한 자격으로 법적 정의를 가치판단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이를 무시하고 만약 우리가 진실을 말하는 뱀 혹은 이성의 '유혹'에 빠져 정의라는 가치판단에 관심을 갖고 국가와 동등한 자격으로..

사회/잡상 2009.08.27

장하준 논지의 요약

장하준 주장의 요약본이라고 할 수 있는 글이 MRZine 에 게재되었다. 여러 기사들을 통해 그의 생각을 접했었지만 그가 쓴 글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은 없기에 영어 공부도 할 겸해서 공들여 읽었다. 읽어보니 '동의하지는 않지만 가치있는 통찰'로 다가온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이미 읽은 분들 이라면 이 글을 읽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러나 이제 관심을 갖게 된 분들이라면 참고용으로 쓸 만 할듯. 원문 : My Six-year-old Son Should Get a Job: What Is Wrong with the Present Global Economic Order? (MRZine, 2009년 1월 23일) 나의 여섯 살짜리 아들은 일을 해야만 한다: 현재의 글로벌 경제체제는 무엇이 잘못됐는가? 장하준 나..

사회/잡상 2009.04.07

신자유주의 메모

[자유주의 사상가 12인의 위대한 생각, 주용식외 지음, 월간조선사, 2004] 에서 발췌한 것들. 1. 인류가 비극에서 벗어나 희망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미제스는 자유주의(자본주의)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자유주의는 일부 계급이나 계층의 이익이 아니라 사회전체의 물질적인 부를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상이다. 이러한 목표가 추구되는 과정에서 개개인의 자유와 복지가 증진된다. 사회 전체의 부를 증가시키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노동 분업은 동시에 개인을 봉건적인 속박에서 해방시켰으며, 사회의 부를 유지하고 증가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평화주의는 개개인의 안전과 행복을 보장한다. 경제문제에 대한 합리적 판단은 사회의 부를 증가시키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개인들을 봉건적 미신으로..

사회/잡상 2009.02.15

위기 속에서, 독일인들은 자본론과 동독을 회상하다

레닌에게 안녕을 고했던 독일에서 (Good Bye Lenin!) 사회주의는 사라지지 않고 위기를 맞아 오히려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원문 : In Crisis, Germans Remember Das Kapital and GDR - MR ZINE 20/10/08 위기 속에서, 독일인들은 자본과 동독을 회상하다 by Victor Grossman 네, 대규모 경제위기는 독일도 강타하고 있습니다. 고위 정치가들의 긴급 미팅들, 그리고 기독민주당과 사회민주당 연립정부가 은행을 살리기 위해 5000억 유로의 자금을 투입 하기로 결정한 것이 그 증거이죠. 또 다른 증거의 조각 : 칼 마르크스의 유명한 저작인 자본(Das Kapital)이 예년에 비해 더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자본의 주 출판사는 2008년..

사회/사건 2008.11.02

신용위기 메모

신용은 자본주의 경제에서 다양한 구실을 하는데, 잘 알다시피 생산력의 팽창 능력을 키우고, 교환을 쉽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무한히 확장하려는 자본주의 생산의 내재적 경향이, 자본의 크기가 제한되어 있다는 사적 소유의 한계와 충돌할 때, 신용은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이 한계를 극복하는 수단이다. 즉 여러 사적 자본을 하나로 통합해 주식회사로 만들고, 한 자본가에게 산업 신용의 형태로 다른 자본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나아가 신용은 상업 신용으로서, 상품의 교환과 자본이 생산으로 이어지는 속도를 앞당김으로써 생산과정의 전체 주기를 촉진한다. 신용의 이러한 두 가지 주요 기능이 위기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명백하다. 위기가 생산의 팽창 능력 혹은 팽창 경향과 제한된 소비 능력 사이에 존재..

사회/잡상 2008.09.01

창문너머 어렴풋한...

집권전의 약속과는 달리 서민의 이익에 반하는 행보를 계속하자 진보적 성향의 지지자들은 노통에게 따졌었다. “썅,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더니 시방 뭐 하는 겨!” 노빠들은 이렇게 답했었다. “몰랐냐? 노무현은 원래 우파였어. 왜 기대를 했니? 그런 거 하지마. 순진하긴…” 기대하는 게 있기 때문에 표를 준 거 아닌가. 그게 없음 투표고 정치고 무슨 소용인가. 오라질것들. 지금 문국현을 두고 배신이니 사기니 떠들어대는 (범)노빠들에게 예전에 그들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몰랐냐? 문국현은 원래 우파야. 왜 기대를 한 겨.” 노통이 지지자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덜컥 한나라당과 공동내각을 추진했을 땐 대통합을 위한 시대의 결단 어쩌고 해가며 떠받들더니 겨우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연대하는 것엔 ..

사회/사건 2008.05.25

미국 경제 단상

최근 들어 미국 증시의 급락세가 진정되고 상승세를 나타내자 또다시 "신용 위기는 끝났고 펀더멘털은 튼튼하니 미국 경제는 곧 힘차게 상승할 것이다"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어림없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시장 정상화’를 위해 월가의 금융기관들이 무얼 했는지 보라. [월가 은행들, 눈가리고 아웅..정상화 멀었다 – 머니투데이 (2008.4.30)] 이외에도 경제회복이 쉽지 않은 이유에 관해 여러 훌륭한 학자들이 많은 설명을 내놓았고 가방끈 짧은 나는 그들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일 뿐 다른 말을 할 수는 없다.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아듣는 것 조차 쉽지 않은 걸. 다만, 두 가지가 신경 쓰인다. 기업들의 일상화된 구조조정과 축적된 이윤이 불황에 대한 대응력을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몇 번 말했듯이..

사회/사건 2008.05.03

버스 지나기 전에 손 흔들기 - 2

우리는 초중학교 시절 사회 수업시간에 자유무역은 당사국 모두에 이득을 가져다 준다고 배웠다. 그렇다면 한미 FTA의 상대국이자 ‘동시다발 FTA’의 원조인 미국 사람들은 FTA와 자유무역을 어떻게 여기고 있을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 나프타와 서브프라임의 값비싼 대가 (2008.03.10)] 시간이 지날수록 자유무역과 FTA에 관한 반감이 늘고 있다. 수출입이 늘기는 했지만, 그것이 다수 서민의 생활을 개선시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GDP 대비 수출입. 70년대 후반부터 무역의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지니 계수의 변화. 세계화가 심화하던 7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증가한다.] [소득분위별 시간당 실질 임금의 변화. 1973=100. 역시 70년대 후반부터 격차가 심해졌다.] [성..

사회/잡상 2008.05.02

버스 지나기 전에 손 흔들기 - 1

“노무현 대통령이 영화 ‘왕의 남자’로 유명해진 배우 이준기씨에게 “그렇게 자신감이 없느냐”고 물었다. 경제운용에는 분명히 심리적인 측면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자신감’으로 경제가 운용되는 거라면 ‘강성대국’을 주창한 북한은 이미 오래 전에 경제위기를 극복했을지도, 게다가 OECD에 가입하고 ‘선진국’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세계 4강’의 자신감만으로 경제운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공격경영’은 개별기업에 적용하는 것이지, 국가를 대상으로 공격경영을 하는 경우는 세계 자본주의사에서 찾아보기가 어렵다.” [우석훈,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녹색평론사, 2006] 한미 FTA 반대의견이 50%를 상회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협상 타결 이후 반대 여론은 급격히 위축됐다..

사회/잡상 2008.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