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960년에 여섯 차례의 강연으로 구성될 ‘역사란 무엇인가’의 첫 번째 초고를 완성했을 때, 서구세계는 아직도 두 차례의 세계대전의 충격과 러시아와 중국에서 일어난 두 차례의 중대한 혁명의 충격 때문에 비틀거리고 있었다. 순진한 자신감을 보여주었던 그리고 습관적으로 진보를 믿었던 빅토리아 시대는 멀찌감치 지나가버렸다. 세계는 혼란스럽고 심지어는 위험스럽기까지 한 곳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어떤 어려움들로부터는 벗어나기 시작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징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전쟁 끝에 도래하리라고 널리 예견되었던 세계경제의 위기는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는 조용히 대영제국(大英帝國)을 해체했으며, 아무도 그것을 거의 깨닫지 못했다. 헝가리와 수에즈 운하의 위기는 극복되었거나 아니면 점차 잊혀..